후집(後集)36장물은 흘러도 그 언저리에는 소리가 없으니 시끄러운 곳에서 고요한 멋을 얻을 것이며 산은 높아도 구름이 걸리지 않으니 유(有)에서 나와 무(無)로 들어가는 기미를 깨닫게 되리라.<원문原文>)水流而境無聲(수류이경무성)하나니 得處喧見寂之趣(득처훤견적지취)요 山高而雲不碍(산고이운불애)..
후집(後集)35장선종(禪宗)에서는 말하기를 ‘배고프면 밥을 먹고 피곤하면 잠을 잔다’고 하고 시지(詩旨)에서는 말하기를 ‘눈 앞의 경치를 보통의 말로 표현한다’고 한다. 대개 지극히 높은 것은 지극히 평범한 것에 있고 지극히 어려운 것은 지극히 쉬운데서 오는 것이니 뜻이 있으면 도리어 멀어지고 마음이 없..
후집(後集)33장외로운 구름이 산골짜기에서 피어오르매 가고 머무름에 조금도 매임이 업고 밝은 달이 하늘에 걸리매 고요하고 시끄러움을 모두 상관하지 않네.<원문原文>)孤雲出岫(고운출수)에 去留一無所係(거류일무소계)하고 朗鏡懸空(낭경현공)에 靜躁兩不用相干(정조량불용상간)이니라.<해의解義>구..
후집(後集)34장유장한 맛은 진하고 맛있는 술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콩을 씻고 물을 마시는 데서 얻어지며 그리워하는 마음은 메마르고 적막한 곳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피리불고 거문고 타는데서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참으로 짙은 맛은 언제나 짧으며 담백한 취미만이 홀로 진실함을 알겠도다.<원..
후집(後集)32장고요함을 좋아하는 사람은 흰 구름이나 그윽한 바위를 보고도 현묘한 진리를 깨닫고 영화를 보는 사람은 맑은 노래와 아름다운 춤을 보며 싫증을 모른다. 오직 스스로 깨달은 선비만이 시끄러움도 고요함도 없고 영화로움도 쇠퇴함도 없으니 가는 곳마다 자기 마음에 맞는 즐거운 세상 아닌 곳이 없으..
후집(後集)31장이름을 자랑하는 것이 어찌 이름을 피하는 기취(氣趣)를 가짐만 하겠으며 일에 익숙한 것이 어찌 일을 줄여서 한가함만 하겠는가. <원문原文>)矜名(긍명)은 不若逃名趣(불약도명취)요 練事(연사)가 何如省事閑(하여생사한)이리오. <해의解義>허명에 사로잡히게 되면 허식과 함께 질투가..
후집(後集)30장얻기를 탐내는 사람은 금을 나누어 주어도 옥을 얻지 못함을 한하고 공작을 봉해 주어도 제후가 되지 못함을 원망하니 부귀하면서도 스스로 거지 노릇을 달게 여기는 것이로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명아주국을 진미보다 더 맛있게 여기고 베 도포를 갖옷보다 더 따뜻하게 여기니 일반 백성이면서..
후집(後集)29장 나아가는 곳에서 문득 물러날 것을 생각한다면 거의 울타리에 걸리는 재앙을 면할 수 있고 손을 댈 때에 먼저 손을 놓은 것을 도모하면 곧 호랑이를 타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원문原文> 進步處(진보처)에 便思退步(변사퇴보)하면 庶免觸藩之禍(서면촉번지화)하고 著手時(착수시)에 先..
후집(後集)28장더위를 없앨 수는 없으되 더위를 괴로워하는 이 마음을 없앤다면 몸은 언제나 서늘한 누대 위에 있게 되고 가난을 쫓아버릴 수는 없으되 가난함을 걱정하는 이 마음을 쫓아버리면 마음은 언제나 안락한 집 가운데 있게 되리라.<원문原文>)熱不必除(열불필제)나 而除此熱惱(이제차열뇌)면 身常在..
후집(後集)27장은일한 숲 속에는 영화로움과 욕됨이 없고 도의의 길에는 더위와 추위가 없느니라. <원문原文>)隱逸林中(은일임중)에 無榮辱(무영욕)이요 道義路上(도의로상)에 無炎凉(무염량)이니라.<해의解義>세상을 피해서 깊은 산속에 조용히 숨어 살면 영예를 받을 일도 욕을 당할 일도 없으며 도의..
후집(後集)26장바쁠 때에 본성을 어지럽히지 않으려면 모름지기 한가할 때에 마음을 맑게 길러야 하고 죽을 때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마름지기 살아 있을때에 사물의 도리를 간파해야 하느니라. <원문原文>)忙處(망처)에 不亂性(불란성)이면 須閑處(수한처)에 心神(심신)을 養得淸(양득청)하고 死時(사..
후집(後集) 25장 앞을 다투는 길은 좁으니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 저절로 한 걸음 넉넉해지고 무르녹고 아름다운 재미는 짧으니 일분(分)만 맑고 넓게 하면 저절로 일 분이 유장해지리라. <원문原文>) 爭先的徑路窄(쟁선적경로착)이니 退後一步(퇴후일보)하면 自寬平一步(자관평일보)하고 濃艶的滋味短(농염적..
후집(後集)24장색욕이 불길처럼 타오르다가도 일단 생각이 병든 때에 미치면 문득 흥취가 싸늘한 채 같아지고 명리가 엿처럼 달콤하다가도 일단 생각이 죽는 곳에 이르면 문득 맛이 밀랍 같아지리라. 그러므로 사람이 언제나 죽음을 조심하고 병을 염려하면 가히 헛된 일은 없애고 도심(道心)을 기를 수 있느니라.<..
후집(後集)23장소나무 우거진 시냇가를 지팡이 짚고 외로이 가노라면 서는 곳마다 구름이 해진 누더기에서 일어나고 대나무 창 아래에 책을 베개 삼아 높이 누웠다 깨어보면 달빛은 담요에 와 스며드네.<원문原文>松澗邊(송간변)에 携杖獨行(휴장독행)하면 立處(입처)에 雲生破衲(운생파납)하고 竹窓下(죽창하)..
후집(後集)22장권력을 따라가고 세력에 붙는 재앙은 매우 참혹하고도 몹시 빠르되 고요함에 살고 편안함을 지키는 맛은 지극히 맑고도 또한 가장 오래 가느니라. <원문原文>趨炎附勢之禍(추염부세지화)는 甚慘亦甚速(심참역심속)하며 樓恬守逸之味(누념수일지미)는 最淡亦最長(최담역최장)이니라. <해의解..
후집(後集)21장눈앞에 다가오는 모든 일은 만족할 줄 알면 신선의 경지로되 만족할 줄 모르면 범속이 경지이고 세상에 나타나는 인연은 잘 쓰면 살리는 작용을 하지만 잘 못쓰면 죽이는 작용을 하느니라. <원문原文> 都來眼前事(도래안전사)는 知足者仙境(지족자선경)이요 不知足者凡境(부지족자범경)이요 總..
후집(後集)20장물욕을 덜고 또 덜어서 꽃을 가꾸고 대나무를 심으니 그야말로 오육선생(烏育先生)이 되어가고 세사를 잊고 또 잊어 향을 피우고 차를 달이니 도대체 백의동자를 물을 것이 없어라. <원문原文>損之又損(손지우손)하여 栽花種竹(재화종죽)하니 儘交還烏有先生(진교환오유선생)이요, 忘無可..
후집(後集)19장길고 짧은 것은 한 생각에 말미암고 넓고 좁음은 한 치 마음에 달려있다. 그러므로 마음이 한가로운 사람은 하루가 천년보다 길고 뜻이 넓은 사람은 좁은 방이 천지간보다 넓으리라.<원문原文> 延促(연촉)은 由於一念(유어일념)하고 寬窄(관착)은 係之寸心(계지촌심)이니다. 故(고)로 機閑者(기..
후집(後集)18장명리(名利)를 다룸은 남에게 맡기되 모두가 취하여도 미워하지 말고 조용하고 담박함은 내가 즐기되 홀로 깨어 있음을 자랑하지 말라. 이것은 부처의 이른바 ‘법에도 얽매이지 않고 공에도 얽매이지 않음’이니 몸과 마음에 모두 자유로울 지니라.<원문原文> 競逐(경축)은 聽人(청인)하여 而不..
후집(後集)17장부귀를 뜬구름처럼 보는 기풍이 있다해서 반드시 바위굴에서 살 필요는 없고 자연을 사랑하는 버릇이 고질(痼疾)됨은 없다해도 언제나 스스로 술에 취하고 시에 탐닉해야 하리라. <원문原文>有浮雲富貴之風(유부운부귀지풍)이라도 而不必巖棲穴處(이불필엄서혈처)하고 無膏肓泉石之癖(무..